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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의사가 본 명화-눈을 담다 #4. 진심과 거짓 사이/눈물

진심과 거짓 사이: 눈물


눈물(tear)은 티끌, 먼지, 꽃가루, 세균, 바이러스 등 외부의 유해 물질로부터 눈을 보호하며, 시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처럼 단순히 눈을 보호하거나 시력을 유지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흘러나오기도 한다. 포유류 같은 고등 동물도 감정의 표출로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있지만, 인간만큼 뚜렷하게 감정을 담아 눈물을 흘리는 존재는 없다. 우리는 슬픔, 기쁨, 감동 등 감정이 격해질 때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린다.


베드로의 참회하는 눈물

귀도 레니, 〈성 베드로의 참회〉, 1635년, 캔버스에 유채, 73.5×56.5cm, 에르타미주 미술관

귀도 레니(Guido Reni, 1575~1642)의 작품 〈성 베드로의 참회(Repentance of St.Peter)〉다. 예수의 총애를 받던 제자 베드로는 예수가 체포되던 밤, 자신이 예수를 3번이나 부인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베드로는 화를 내며 부정하지만 다음 날 새벽 그 예언이 실제로 들어맞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비탄에 잠겨 참회하면서 울부짖는다. 귀도 레니는 이 순간을 포착하여 베드로의 격양된 상태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이 그림을 그린 귀도 레니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화가다. 로마와 나폴리에서도 머문 적이 있지만 생애 대부분을 볼로냐에서 활동한 볼로냐파의 대가다. 음악가의 아들로 태어나 화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균형 있는 구도 안에 명확한 윤곽을 특징으로 하는 조화와 예술성이 뛰어난 종교화를 많이 남겼다. 아름다운 색감과 섬세한 형태로 당시 바로크 최고의 화가로 인정받던 카라바조(Caravaggio)와는 다른 화풍의 작품을 그려 내었다.


헨드릭 테어 브루그헨, 〈참회하는 베드로〉, 1616년, 캔버스에 유채, 85.5×67.7cm, 위트레흐트 박물관

귀도 레니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플랑드르 화가 헨드릭 테어 브루그헨(Hendrick ter Brugghen, 1588~1629)의 〈참회하는 베드로(The Repentant Peter)〉에서도 베드로의 참회의 눈물이 보인다. 브루그헨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의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로마에서 10년을 공부하고 네덜란드로 돌아와 주로 종교화와 풍속화를 그렸던 화가다. 로마에서 공부할 당시 카라바조의 명암법에 크게 영향을 받아 그를 추종했다.

그림 속 베드로는 극심한 슬픔에 휩싸여 두 손을 꼭 쥔 채 빛이 비치는 위를 바라본다. 오른쪽 벽에는 그를 상징하는 천국의 문 열쇠가 걸려 있다. 순수하게 신앙을 고백한 자신에게 천국 열쇠를 건네주신 자비로운 예수를 떠올리고 있는 걸까.

성모의 비탄


〈슬픔의 성모(Mater Dolorosa)〉 속 슬픔에 빠져 눈물을 흘리는 성모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다. 눈 안에 가득 고인 눈물, 아랫눈꺼풀에서 뺨으로 흘러내리는 눈물, 퉁퉁 부어 오른 눈꺼풀은 슬픔의 강도를 배가시키고 있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슬픔을 승화하는 동정녀 마리아의 배경에 쓰인 황금색은 영원한 천국을 의미한다. 그녀는 어떤 고통도 없는 천국을 떠올리며 슬픔을 달래고 있는 듯하다.

디르크 바우츠, 〈슬픔의 성모〉, 년도 미상, 패널에 유채, 45×31cm, 도쿄 서양 미술관

이 그림을 그린 디르크 바우츠(Dirck Bouts, 1415~1475)는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15세기에 활약한 네덜란드 화가다. 로히어르 판데
르 베이던(Rogier van der Weyden) 밑에서 공부했으며 반 예이크의 영향을 받았다.

귀도 레니, 헨드릭 테어 브루그헨, 디르크 바우츠의 세 그림 모두 회한과 슬픔의 표현으로서 눈물을 흘리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슬픔의 성모〉와 비슷한 작품은 여러 점 남아 있는데 모두 디르크 바우츠 공방에서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성모의 눈물을 그린 그림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15세기 네덜란드에서 공식적인 교회 예배를 벗어난 사적인 종교 활동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작은 크기의 경건한 그림은 개인 기도의 보조 도구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성모의 눈물은 마리아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구원의 길로서 그리스도의 고난과 어머니의 슬픔을 묵상하도록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다.

디르크 바우츠 공방, 〈슬픔의 성모〉, 1480~1500년, 패널에 유채, 38.7×30.3cm, 시카고 미술관

그랜트의 위선, 악어의 눈물


‘악어의 눈물’은 거짓 눈물 또는 위선적인 행동을 일컫는 표현으로, 악어가 먹이를 먹을 때 희생되는 동물이 불쌍해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오해되는 상황에 빗댄 것이다. 악어의 경우 입을 움직이는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과 눈물샘을 관할하는 신경이 같기 때문에 먹이를 섭취할 때 눈물을 흘린다. 즉 악어의 눈물은 먹이를 씹을 때 눈물이 분비되는 자연스러운 생리적 반응일 뿐, 감정과는 무관하다.

베른하르트 길럼, 〈그랜트의 악어의 눈물〉, 1882년, 목판화, 약 26×35cm, 미국 의회 도서관

1882년 미국의 유머 잡지 『퍽(Puck Magazine)』에 실린 〈그랜트의 악어의 눈물(Grant's Crocodile Tears)〉 삽화는 188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대통령 후보 율리시스 S. 그랜트가 당선을 위해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풍자한다. 과거에 군대에서 유대인을 추방하라는 반(反)유대적 명령을 내린 적이 있지만, 당선을 위해 러시아 내에 박해당하는 유대인을 동정하면서 거짓 눈물을 흘리는 그랜트의 위선적 행동을 비꼰 것이다.

의학적으로 악어의눈물증후군

(Crocodile Tear syndrome)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안면신경마비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후유증으로, 원래 침샘을 조절하던 신경이 잘못 연결되어 눈물샘으로 자라나는 현상이다. 그결과, 음식을 먹을 때 눈물이 나는 증상이 나타나지만, 이는 악어의 눈물과 마찬가지로 실제 감정 상태와는 무관하다. 이 증후군은 안면신경마비뿐만 아니라, 뇌졸중이나 뇌 외상 등에서 회복되는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만화를 그린 베른하르트 길럼(Bernhard Gillam, 1856~1896)은 영국 태생의 미국 정치 만화가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판화 공부를 하던 중 자신의 만화가 『뉴욕 그래픽(New York Graphic)』에 게재된 후 만화로 업을 바꿨다. 주로 정치적인 만화를 제작해서 그의 만화는 대통령 당선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하품과 눈물의 숨겨진 연결 고리


조제프 뒤크레(Joseph Ducreux, 1735~1802)의 〈자화상, 하품(Self-Portrait, Yawning)〉속 터번과 빨간 재킷 차림의 뒤크레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입을 크게 벌려 하품하고 있다. 온몸에 힘을 줘 스트레칭하며 왼팔을 보는 이를 향해 쭉 뻗고 있다. 자신이 하품하는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자화상이다.

조제프 뒤크레, 〈자화상, 하품〉, 1783년, 캔버스에 유채, 114.3×88.9cm, 게티 미술관

그런데 하품을 할 때도 악어의 눈물과 비슷한 기전(機轉)에 따라 눈물이 나게 된다. 하품은 피곤하거나 졸릴 때 입을 크게 벌려 체내에 보다 많은 산소를 받아들이려는 몸의 반응 행동이다. 이때 입을 넓게 벌리기 위해 턱 근육이 늘어나면서 눈 주위에 있는 눈물주머니를 눌러 눈물이 나게 되는 것이다. 너무 웃기는 장면을 보고 크게 웃을 때도 비슷한 이유로 눈물을 흘리게 된다.

조제프 뒤크레, 〈비웃는 표정을 짓는 화가의 자화상〉, 18세기, 목재에 유채, 91.5×72.5cm, 루브르 박물관

조제프 뒤크레의 또 다른 자화상으로는 〈비웃는 표정을 짓는 화가의 자화상(Portrait of the Artist with a Mocking Face)〉이 있다. 이처럼 특이하고 유머러스한 자화상을 그린 뒤크레는 프랑스의 귀족이었다. 프랑스 루이 16세의 궁정에서 성공적인 초상 화가로 활동했고 루이 16세가 처형되기 전 마지막 초상화를 그렸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도 작업하는 예술가였다. 생리학 연구에 관심이 많았고 다양한 표정을 묘사하기를 원해, 자주 과장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이목구비를 관찰하며 자화상을 수십 점 그렸다.

디지털 시대의 고질병, 안구건조증


안구건조증은 눈의 표면을 보호해주는 눈물이 부족한 양으로 생성되거나, 질이 낮아 지나치게 빨리 증발해 생기는 질환이다.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 화면을 매일같이 보는 현대인들은 이와 다른 원인으로 안구건조증을 겪는다. 눈물의 양과 질에 문제가 없음에도, 눈을 깜박이는 횟수가 줄어들어 건조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의 눈은 정상적으로는 1분에 12~15번 눈을 깜박이며 눈물이 공급돼야 하지만, 화면에 집중하다 보면 12번은커녕 3~5회 정도로 깜박이는 횟수가 줄어들어 눈물이 부족해지고 눈이 건조해진다.

장시간 이러한 기기들을 사용하면 각막이 건조해지고 이물감, 충혈, 눈물 흘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눈에 수분이 부족하면 눈물이 과도하게 분비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눈물흘림증상이 발생한다. 이 증상은 누액배출로에 이상이 생겨 눈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눈 밖으로 흘러 넘치는 경우에도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