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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일반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 임윤찬 피아노 협연]


2025.12.5 (19:30)
예술의 전당 음악당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지휘: 다니엘 하딩)의 내한 공연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전날 서울에 눈이 내려 교통이 혼잡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데다 판교부터 정체가 이어져 조바심이 들기도 했지만, 광장동을 들렀다 가기엔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곧바로 양재에서 방향을 틀어 예술의전당으로 향했다. 덕분에 여유 있게 식사도 하고 포토존에서 차분히 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

공연은 신한은행 장기 우수고객 초청 행사여서 좌석이 미리 배정되어 있었고, 2층 C블록 4-3/4 좌석에서 무대를 정면으로 내려다볼 수 있었다.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는 로마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최고 명문 오케스트라로 풍부한 음색과 정교한 앙상블로 세계적 명성을 지닌다. 지휘자 다니엘 하딩은 섬세한 해석과 균형감 있는 음향으로 인정받는 영국 출신 마에스트로다.

공연의 시작은 베르디의 〈운명의 힘〉 서곡이었다. 처음 접하는 곡이었는데, 유사한 제목의 베토벤 〈운명〉처럼 장중하고 철학적인 느낌보다는 훨씬 더 드라마틱한 ‘운명’을 들려주었다.

브람스 교향곡 2번 D장조(Op.73)은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떠올리게 하는 밝고 목가적인 작품이었다. 이날 오케스트라는 80명 이상 규모였으며, 콘트라베이스만 8명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는 브람스 2번과 베르디 서곡처럼 풍부한 저음 기반이 필요한 작품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베르디 서곡에서는 큰북까지 동원되어 웅장함이 더해졌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임윤찬이 협연한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였다. 이 곡 또한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 사전 지식 없이 접했을때 마치 신화 속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이 작품은 재즈와 블루스의 영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도, 작곡가가 의도한 오락적(divertissement) 요소를 기반으로 한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임윤찬은 10번이 넘는 커튼콜을 받았고, 두 곡의 앙코르를 선사했다. 특히 본인이 편곡한 〈고엽〉은 매우 섬세하고 시적이며 깊은 감동을 주었다.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도 뜨거운 커튼콜을 받았고, 로시니 〈윌리엄 텔 서곡〉을 앙코르로 연주하며 공연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클래식 음악의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절대적인 평을 내릴 수 없지만 가슴에 남은 감동만은 분명했다.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은 1862년 러시아 초연 이후 대대적인 수정을 거쳐, 1869년 라 스칼라 개정판에서 새롭게 작곡된 버전이 오늘날까지 연주되고 있다. 이 서곡은 단순한 도입부가 아니라 오페라의 분위기와 내용을 한 곡에 압축한 독립적인 관현악 작품처럼 들린다. 서두에서는 금관악기가 같은 음을 세 번 강하게 울리며 운명적 긴장을 만들고, 이 세 음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운명의 신호’처럼 반복된다. 이어지는 현악기와 목관의 부드러운 선율은 주인공들의 사랑을 암시하지만 동시에 위태로운 감정도 함께 담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서곡은 운명의 거대한 힘과 인간의 감정이 충돌하는 모습을 음악으로 그려내며, 마지막에는 다시 운명의 동기가 등장해 압도적인 결말을 맺는다.


모리스 라벨 – 피아노 협주곡 G장조(M.83)

라벨은 1929년에서 1931년 사이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동시에 작업했는데, 하나는 오른팔을 잃은 피아니스트 비트겐슈타인을 위한 ‘왼손을 위한 협주곡’이고, 다른 하나가 오늘날 널리 연주되는 피아노 협주곡 G장조이다. 왼손 협주곡이 진지하고 무겁게 쓰인 반면, G장조 협주곡은 가볍고 즐겁게 들리는 오락적(divertissement) 성격을 추구했다. 이 작품에는 라벨이 미국 투어에서 접한 재즈와 흑인 영가,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바스크 지역 민요적 선율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1932년 파리 살 플레옐에서 라벨의 지휘와 피아니스트 마르그리트 롱의 협연으로 초연되었고, 큰 성공을 거두며 유럽과 미국을 순회하게 되었다.

협주곡은 세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악장은 슬랩스틱 타악기의 소리로 시작해 재즈 리듬과 바스크 선율이 빠르게 뒤섞이며 활기찬 분위기를 만든다.
2악장은 긴 호흡의 아름다운 선율이 피아노 독주로 펼쳐지며, 라벨이 한 마디씩 극도로 정성 들여 다듬었다고 할 만큼 서정적이다.
3악장은 네 개의 강렬한 화음으로 시작해 짧은 시간 동안 눈부신 속주와 타악기의 에너지, 관악기의 날카로운 음색이 폭발하듯 이어지며 화려한 마무리를 이룬다.

전통과 현대 감각, 재즈와 고전적 기교가 한데 어우러진 이 협주곡은 라벨 특유의 색채감과 세련됨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브람스 – 교향곡 2번 D장조(Op.73)

브람스는 1877년 여름, 오스트리아의 호숫가 마을 푀르차흐에서 교향곡 2번을 짧은 기간에 완성했다. 1번 교향곡을 쓰는 데 21년이 걸린 것과 달리, 이 곡은 자연 속에서 빠르게 탄생한 작품이다. 전체 분위기는 밝고 온화해 종종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과 비교되지만, 브람스는 이 곡을 “너무 슬퍼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도 조용한 그늘과 깊은 사색이 함께 담겨 있다.

초연은 1877년 빈 필하모닉과 한스 리히터의 지휘로 이루어졌으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음악은 1악장에서 첼로와 베이스가 잔잔하고 목가적인 선율을 펼치며 시작해 평화로운 풍경을 그린다. 2악장은 보다 깊고 사색적인 분위기로, 단순한 반복 없이 아이디어가 계속 변하며 진지한 느낌을 준다. 3악장은 가볍고 춤추듯 경쾌해 잠시 쉬어가는 듯한 여유를 만든다. 마지막 4악장은 에너지가 폭발하듯 힘있게 전개되며, 축제 같은 활력 속에서 장대한 결말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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