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 Book Talk
2025.8.8(금) 19:00-21:00

카페 콤마
김애란 작가의 신작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 북토크가 카페 콤마에서 열렸다. 제법 이름난 소설가이지만, 나는 평소 소설에 큰 관심이 없었던 터라 작가와 작품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참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만나 듣는 작가의 이야기는, 활자로만 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온도를 지니고 있었다.

소설가 김애란은 여러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소설을 쓴다는 건, 내가 아는 것과 독자가 아는 것을 가지고, 우리 모두가 모르는 곳에 가는 일이다.”
작가가 이미 알고 있는 것(경험·관찰·감정)과 독자가 알고 있는 것(공감할 수 있는 현실·감각)을 출발점 삼아, 서로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세계와 이야기로 독자를 데려간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말이 오늘 북토크의 주제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또 작가는
“앞으로도 저는 여전히 삶이 무언지 모른 채 삶을, 죽음이 무언지 모른 채 죽음을 그릴 테지만, 때로는 그 모름'의 렌즈로 봐야만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음을 새로 배워나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뒤늦은 깨달음의 형태로 다가오니까요.”
라고 말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이 책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나는 김애란이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다.”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에는 다음과 같은 단편이 실려 있다.
홈 파티 (007)
숲속 작은 집 (045)
좋은 이웃 (097): 2022 오영수문학상 수상작
이물감 (143)
레몬케이크 (189)
안녕이라 그랬어 (217): 표제작
빗방울처럼 (257)
책 속 이야기들은 각기 다른 인물과 상황을 다루지만, 그 안에는 삶의 결, 관계의 온도, 그리고 우리가 미처 다 알지 못했던 세계로 향하는 통로가 공통적으로 흐르고 있었다.
살면서 어떤 긴장은 이겨내야만 하고, 어떤 연기는 꼭 끝까지 무사히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걸, 그건 세상의 인정이나 사랑과 상관없는, 가식이나 예의와도 무관한, 말 그대로 실존의 영역임을 알았다.(「홈 파티」, 39~40쪽)
어디 얼마나 머물든 주변을 잘 정돈하는 건 내 오랜 습관이자 자부였다. 어릴 땐 안 그랬는데 독립 후 자취하며 생긴 버릇이었다. 그리고 그럴 때 나는 좀더 잘 살고 있단 느낌을 받았다. 아직 무언가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았단 실감이었다.(「숲속 작은 집」, 57쪽)
실제론 내게 별 관심 없는 이들에게 내 인생을 매번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에게는 그저 삶의 활력소처럼 가볍게 비난하고 싶은 대상이 필요한 것뿐이라고, 삶의 권태를 어느 정도 그렇게 견디는 것뿐이라고 여기려 애썼다. 자기 방의 벽지를 바꿀 수 없을 땐 남의 집 현관이 더럽다고 생각하면 많은 위안이 되니까. 그게 남 뒷얘기 하는 이들 못지않게 속물적인 태도란 걸 알면서도 그랬다.(「숲속 작은 집」, 78쪽)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집니다. 그래야 나도, 내 가족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불안이 들어서요. 그런데 얄궂게도 남의 욕망은 탐욕 같고 내 것만 욕구처럼 느껴집니다.(「좋은 이웃」, 141쪽)
물론 나이들어 좋은 점도 있었다. 젊은 시절 여기저기 빵가루처럼 지저분하게 흘리고 다닌 말과 마음들, 담백하지 못한 처신들, 쉽게 흥분하거나 화를 낸 뒤 엄습한 부끄러움 같은 건 이제 많이 줄었으니까. 경험이 많다는 건 ‘경험을 해석했던 경험’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냄새는, 헛구역질이나 트림은 ‘해석’이나 ‘의지’로 잘 막아지지가 않았다. 문제는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거였다. 기태는 자신이 늙음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음을, 안다 믿었던 것조차 실은 아는 게 아니었음을 새삼 실감했다.(「이물감」, 175~176쪽)
고통이 나를 압도할 때 나는 일부러 집밖으로 나가 수백 년 된 나무들 사이를 걷는다. 갓 걸음마를 뗀 아기가 엄마 아빠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하듯 키 큰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선 공원을 지나간다. 마치 거길 다 통과하면 내가 더 자라나기라도 할 것처럼. 그런 뒤 집으로 돌아와 세상에 고통을 해결해주는 자연 따위는 없음을 깨닫는다. 그러곤 이미 아는 걸 한번 더 깨달으려 다음날 다시 같은 장소로 나간다. 내 고통에 무심한 자연 앞에서 이상하게 안도한다.(「레몬케이크」, 204쪽)
그런 일은 ‘그냥’ 일어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저 내 차례가 된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그 앞에서 매번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을까? 마치 살면서 이별이라고는 전혀 겪어본 적 없는 사람들처럼.(「안녕이라 그랬어」, 250쪽)
둘은 이 상황을 어떻게든 돌파해보려 애썼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가장 많이 한 일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거였다. 더불어 두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무언가를 기약 없이 기다리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빗방울처럼」,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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