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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52. 제암산 帝巖山 #49 | 임금이 앉은 바위, 암봉과 안개 능선의 위엄 | 26-25

⛰ 제암산 개요

전라남도 보성군 웅치면과 장흥군 유치면 경계에 자리한 제암산(帝巖山)은 해발 약 807m의 산으로, 호남정맥 줄기에서 이어지는 남도의 대표적인 명산이다. 이름은 ‘임금이 앉은 바위’라는 뜻에서 유래하며, 정상부의 거대한 암봉이 그 위엄을 드러낸다.

제암산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봄이면 능선을 따라 철쭉이 붉게 번지고, 가을이면 억새가 산등성이를 은빛으로 덮는다. 특히 정상부에서 이어지는 능선은 시야가 탁 트여 남도 특유의 부드러운 산군과 들판이 한눈에 펼쳐진다. 인근의 사자산과 능선으로 이어져 종주 산행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 산행기

보성에도 좋은 산들이 많다. 오래전부터 한 번 다녀오리라 마음먹었는데, 오늘 마침 기회가 닿았다. 제암산을 목표로 하되 여력이 된다면 사자산까지 이어볼 생각이었다. 이 산들은 철쭉으로 유명해 5월이면 인산인해가 된다고 하니, 오히려 지금이 산행하기 더 좋은 시기일지도 모른다.

🔘 제암산자연휴양림

8시 30분 집을 출발해 9시 40분 제암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입장료와 주차료를 내며 등산을 한다고 했더니 곰재 주차장을 안내해 주었다. 하지만 그곳은 제암산 최단 왕복 코스일 뿐, 사자산까지 염두에 둔다면 적절한 출발점이 아니었다.

결국 차를 돌려 자연휴양림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등산로 안내판 앞에서 잠시 작전을 세웠다. 전망대 방향으로 올라 제암산 정상에 오른 뒤, 곰재까지 가서 사자산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제암산 시비

휴양림 입구에는 ‘제암에 올라’라는 시비가 서 있다.


제암에 올라

이정환

어릴 적 할아버지 그림자 같은 산
낯선 등산객 되어 다시 오르니
옛 모습 그대로 앉아 있네
햇빛 달빛 별빛 다 받아먹고
눈비 서리 이슬 세수하고
천둥 구름 바람 안개 벗 삼아
그대로 그 자리 앉아 있었네
꿈 많은 소년 시절 어느 여름 밤
바위에 누워 별 헤던 친구들은
지금은 흩어져 소식 없는데
그 모습 그대로 비어 있었네
야속한 세월에 밀려가는 인생
뒤돌아보며 죄지은 듯 떠날 제
하얀 억새 손만 수없이 흔들었네

🔘들목(10:00)

등산 시작부터 경상도 장유에서 온 산악회 팀과 섞이며, 예정에 없던 동행이 이어졌다.

🔘 포토전망대 (10:10)


등산로 초입 200m 지점에 전망대가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조망 시설과는 조금 다르다. 올라가도 휴양림 내부만 조망할 수 있을 뿐이다.


외벽에는 보성의 황금 들녘이, 계단에는 제암산과 붉은 태양이 그려져 있다. 내부 바닥에는 용암과 암반을 형상화한 트릭아트 포토존이 있다. 전망대라기보다 산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하나의 포토존에 가깝다.

🔘 휴양림삼거리 (10:33)


장유팀을 앞질러 다시 홀로 걷기 시작했다. 짙은 안개로 사방이 완전히 ‘곰탕’이다.

🔘 묘가 있는 낭떠러지 봉우리 (11:06)

중간에 가파른 샛길이 있어 오르게 되었다. 길은 질척이고 미끄러워 곧 후회가 밀려왔다. 올라보니 사방이 낭떠러지인 좁은 공간에 묘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쓰러진 비석까지…

이곳에 묘를 쓸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괜한 헛수고(알바)를 한 셈이다.

🔘 비석 암주


이후 능선에서 비석처럼 서 있는 암주 하나를 만났다. 오랜 풍화에도 무너지지 않고 남은 이 바위는, 자연이 만든 조형물이다. 신기한 모습에  발길을 붙잡는다.

정상부까지 마지막 300m는 제법 가파르다. 로프 구간이 이어지지만 크게 어렵지는 않다.

🔘 제암산 정상 (11:18)


정상은 거대한 암봉 형태로, 이름 그대로 ‘임금이 앉은 자리’를 연상시킨다. 정상비은 암벽 위에 있다. 이곳에서 다시 만난 장유 산악회 회원들도 정상에 어떻게 오르냐며 불평을 한다(그들은 인증샷을 반드시 찍어야 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보니 아예 암벽 등반 금지 경고판이 붙어 있다. 그때 한 등산객이 암벽을 타고 정상에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나로서는 무리를 하고 싶지않아 포기하고 정상 건너편에서 정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그 봉우리 아래쪽에서 “정상석이 여기 있다”며 일행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 인증용 정상석 (11:32)


참 친절하기도 하다(?). 정상석은 정상에 있지 않고, 정상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따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장유 일행이 찍어 준 사진을 남기고 다시 자리를 뜬다.

🔘 천국의 계단? (11:42)

포토존 형태의 철제 구조물이다. 하지만 짙은 안개 탓에 구조물만 보일 뿐 풍경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조금 아쉽다.

🔘 돌탑봉 (11:48)


사진을 찍으며 점거하고 있는 사람들로 짧게 스쳐 지나간다^^

🔘 가족바위 (12:00)

곰재로 내려가기 직전, 왼편에 가족바위가 있다. 서로 기대듯 서 있는 바위들이 아버지, 어머니, 자식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옛날 이 산자락에 살던 한 가족이 재난을 피해 산으로 올랐다가 끝내 내려오지 못했고, 서로를 지키듯 서 있다가 바위가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 곰재 (12:12)

곰재에 도착해 벤치에 앉았다. 가래떡과 커피로 점심을 해결하고, 오이와 파프리카, 홍삼액으로 마무리했다.


잠시 고민 끝에 결국 사자산으로 향하기로 한다. 아마 처음부터 마음은 이미 그쪽에 있었던 것 같다.


🌏산행 요약

▫️일시: 2026.4.19
▫️날씨: 흐림 / 비 후 갬
▫️코스: 제암산자연휴양림 주차장 – 정상 – 곰재 – (사자산 – 곰재)* – 곰재주차장 – 자연휴양림 주차장
▫️거리: 약 6.3Km(사자산 포함 총10.2km)
▫️소요시간: 약 162분 추정(사자산 포함 총 278분)
▫️이동시간(사자산 포함): 252분 (휴식 26분)
▫️평균속도(사자산 포함): 2.4km/h
▫️최고점: 807m
▫️획득고도(사자산 포함): 874m


한줄 소회

안개 속에서 산행이었지만, 오히려 그 흐릿함 덕분에 산의 인상이 더 또렷하게 남았다.